선거운동, 이래도 되는 거야?

한편 미국 정부는 칼 맑스가 묘사했던 자본주의 국가와 거의 똑같이 행동하고 있었다. 질서 유지라는 중립성을 가장하면서 부자들의 이해에 봉사했던 것이다. 부자들이 서로 합의를 이루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정책을 둘러싸고 논란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국가의 목표는 상층계급의 분쟁을 평화롭게 해결하고 하층계급의 반란을 통제하며 체제의 장기적인 안정을 향상시키는 정책을 채택하는 것이었다. 1877년에 러더퍼드 헤이즈를 당선시킨다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합의는 이런 경향을 마무리 지었다. 민주당이나 공화당 어느 쪽이 승리하든, 국가 정책의 중요한 틀은 조금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의 그로버 클리블랜드가 대통령에 출마한 1884년, 국민들이 받은 전반적인 인상은 그가 독점과 기업의 권력에 반대하는 반면 제임스 블레인을 후보로 내세운 공화당은 부자들을 대변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클리블랜드가 블레인을 누르고 당선되자 제이 굴드는 그에게 전보를 보냈다. " 제 느낌으로는 ..... 이나라의 막대한 기업의 이해관계가 귀하의 손에서 전적으로 안전할 것입니다." 굴드의 느낌이 옳았다.

클리블랜드의 주요 고문 중의 한 명인 윌리엄 휘트니는 백만장자이자 기업 고문변호사였는데, 스탠더드 석유회사의 상속녀와 결혼하고 클리블랜드에게 발탁되어 해군장관으로 임명됐다. 휘트니는 즉시 카네기의 공장에서 일부러 높은 가격에 철강을 매입해 '강철 해군'의 구축에 착수했다. 클리블랜드는 자신의 당선으로 기업가들이 두려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확신시켰다. "제가 대통령으로 있는 한 정부 정책의 결과로 인해 피해를 입는 기업은 전혀 없을 것입니다. .... 한 당에서 다른 당으로 행정권이 이전된다고 해서 기존 상황에 조금이라도 심각한 혼란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통령 선거 자체는 실제 쟁점을 회피했으며, 어떤 정책이 채택되면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손해를 보는지 아무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없었다. 인물 됨됨이와 험담, 사소한 이야깃거리 등을 길게 늘어놓음으로써 양당의 기본적인 유사성을 감추는 것은 여느 선거운동과 마찬가지였다. 당대의 날카로운 문필가 헨리 애덤스는 친구에게 선거에 관해 편지를 보냈다.

" 우리는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는 우스꽝스러운 정치에 몰두하고 있다네. 매우 중대한 쟁점이 포함되어 있지..... 하지만 우스운 일은 어느 누구도 실제적인 이해관계에 관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거야. 그들은 공통된 합의에 따라 이런 문제는 제쳐두는 것이지. 우리가 이 문제들을 논의하는 게 두려운 거야. 대신에 언론은 클리블랜드 씨가 사생아가 있는지, 정부(情婦)가 한 명 이상인지 아닌지 등등 우습기 그지없는 논쟁에만 몰두하고 있네."

국고에 어마어마한 잉여금이 있었던 1887년, 클리블랜드는 가뭄 동안 텍사스 농민들이 종자를 구입할 수 있도록 10만 달러의 구제기금을 편성하는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클리블랜드는 "이런 경우에 연방정부가 원조를 하게 되면 .... 정부의 온정적인 배려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낳게 해 우리의 국민적 특성인 불굴의 의지를 약화시킵니다" 라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해, 클리블랜드는 잉여금을 지출해 부유한 채권소유자들에게 액면가 100달러의 채권당 28달러씩을 더 지불해 4500만 달러를 선물로 주었다.

- 하워드 진, 미국민중사(상), p.444~446.¹


요새 대선과 관련해 벌어지는 일과 딱 맞지 않을까 한다. '주류'라고 할 수 있는 정치인들이 내놓는 정책이란 것들을 살펴보면 사실 대동소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다들 (뻔뻔스럽게도) '서민을 위하고 있음'을 내세운다. 말로만...

그리곤 할 말이 없으니 후보 아버지의 치부를 드러내고, 후보의 거주지 이전이나 친인척의 재산으로 딴지를 걸고 혹은 전임자의 경제성적표(라고 해봤자 경제성장률)를 들고는 쌈박질을 해댄다. 예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가만.... 근데 대체 당신들이 말하는 '서민을 위한 정책'이 뭐였더라??


¹ : 위의 인용문이 저작권법과 관련해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사실 좀 캥기긴 한다. 하지만 내가 사용하는 목적에 원저작자도 동의해줄 거라고 (내멋대로) 생각하고 그냥 올리기로 한다.

by 현재시제 | 2007/07/17 11:10 | 三枚 | 트랙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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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이명박을 반대하는 것은 좋지만...
선거운동, 이래도 되는 거야? 요즘 블로그에서는 노무현 대통령보다는 이명박 후보가 더 좋은 안주거리이다. 그는 무슨 말만 하면 씹히고, 말만 하면 까인다. 뭐 개인적으로도 그다지 신뢰감을 가질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의 그에 대한 비난 여론은 문제가 있어보인다. 위에 링크는 하워드 진의 '미국민중사'의 일부를 무단인용한 것으로 이명박 후보와 관련된 사안에 대한 이야기를 위해 그 중......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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