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03일
'인민'이 문제되는 나라?
남북정상회담과정에서 대통령이 만수대 의사당에 방문하여 '인민의 행복이 나오는 인민주권의 전당' 이라는 글귀를 방명록에 남겼단다. 이에 대해 다름 아닌 한겨레 신문이 화답하였다. 솔직히 '인민의 행복'이 그 동네에서 나온다고 말하기는 '아주아주' 어렵지만, 적어도 '인민' 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되찾아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애초에 '인민'을 왜 되찾아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단어의 연원을 찾아야 할 터. 이는 人民, 즉 그냥 '사람들' 이란 뜻이고, 이는 영어의 people과 프랑스어 peuple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people이나 peuple이라는 단어가 역사에 등장하는 시기는 서양의 '시민혁명' 때였다. 하지만 우리는 역사시간에 서양의 시민혁명을 배울 때 '인민'이라는 단어를 듣지 못하였다, 심지어는 링컨이 게티즈버그에서 행했다는 연설에서 나왔다는 (진위여부는 모르겠지만)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에서조차 우리는 '인민'이라는 단어를 듣지 못한다.
왜? 우리는 그것을 '국민'으로 배웠으니까.
하지만 '국민'이라는 단어는 '인민'이라는 단어와는 질적으로 완전히 다르다. '국민'은 한 국가의 성립을 전제로 그의 구성원을 가리키는 단어이다. 하지만 '인민'에는 그런 전제 따윈 필요없다. 그들이 좋으면 나라를 만들 수도 있겠지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때려 엎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인민은 국가 안에서 존재할 수도 있지만, 국가가 없어도 '인민'은 '인민'이다.
여기서 잠깐, 원래 우리나라에서 처음 '인민'의 의미는 어땠을지를 살펴보자. 내 기억에 근대적인 '인민' 개념이 처음으로 등장하였던 것은 우리나라의 개화의 시발점인 1876년의 강화도 조약이었다. 총 12개조로 되어 있는 조약의 내용에서 일본은 우리나라 사람들과 일본인 모두를 지칭함에 있어 '인민'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다. 인터넷으로 확인한 결과 이는 제 10관에 있었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0관, 일본국 인민이 조선국 지정의 각 항구에 머무는 동안에 죄를 범한 것이 조선국 인민에게 관계되는 사건일 때에는 모두 일본 관원이 심판할 것이다. 만약 조선국 인민이 죄를 범한 것이 일본국 인민과 교섭할 때 생긴 경우에는 조선 관원이 조사할 것이다. 단, 각각 그 국법으로 심판하되, 조금도 비호함이 없이 공평하도록 해야 한다.
제국주의 시대 일본이라면 '대일본제국' 과 '황국', '신민' 등의 단어가 익숙했던 시절에 역사 문제집에서 저런 문장을 접했을 때는 꽤나 충격적이었다. 그만큼 '인민'이라는 단어는 '무색무취'의 단어였다고 여겨진다(물론 그 자신이 '의지'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봉건군주나 지배계층에는 위험천만한 단어였겠지만.). 따라서 이후에도 '인민'은 좌와 우를 가리지 않고, 근대적 의미로 사람들을 가리키는데 두루 사용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전쟁 이후로 '인민'이라는 단어는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 아마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과 '인민군' 때문이었으리라. 그런데 그 덕분에 루소가 이야기하던 'la souverainete du peuple' 은 '국민주권'이 되었고, 위에서 말한 링컨의 말 또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이라고 배워야 했다. 알량한 '냉전반공주의' 와 '개발독재패러다임' 이라는 환상의 테그팀은 무식하게도 '인민'을 곧 '우리식 사회주의' 라는 북한체제와 동급으로 위치시킨 것이다. 덕분에 우리 '사람들' 은 '나라'라는 틀 안에 갇혀 버린 것이다. 강북으로 온 강남의 밀감이 탱자가 된다는 말처럼, 그들의 people은 우리에게 '인민' 일 수 없었다.
우리사회의 일부 집단이 무식하게도 '경제적 자유주의'¹를 교묘하게 이용해 '개발독재' 향수를 자극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기는 하지만,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진일보'했다는 것이고, 이제는 20년 전 우리가 이땅에 세운 공화국이 '인민의 의지를 기초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도한 제스처'라고 우려를 표한다고 할지언정, 제발 부탁이니 평소처럼 단어로 까불거리며 '이 나라의 정체성' 운운하진 말아주길 바란다.

¹ : 많은 사람들이 이걸 '신자유주의'라고 부르면서 오징어처럼 질겅질겅 씹어대던데, 신자유주의 라는 단어는 정의하는 사람에 따라 상당히 다의적인 것이다. 또한 '경제적 자유주의' 는 스스로가 '완전한 시장' 이라는 엄밀한 가정을 충족시키는 경우를 전제로 성립하는 정교한 결과물이므로 논리구조나 결론을 '까는 것'보다는 가정 자체를 '까는' 게 바람직하다.
애초에 '인민'을 왜 되찾아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단어의 연원을 찾아야 할 터. 이는 人民, 즉 그냥 '사람들' 이란 뜻이고, 이는 영어의 people과 프랑스어 peuple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people이나 peuple이라는 단어가 역사에 등장하는 시기는 서양의 '시민혁명' 때였다. 하지만 우리는 역사시간에 서양의 시민혁명을 배울 때 '인민'이라는 단어를 듣지 못하였다, 심지어는 링컨이 게티즈버그에서 행했다는 연설에서 나왔다는 (진위여부는 모르겠지만)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에서조차 우리는 '인민'이라는 단어를 듣지 못한다.
왜? 우리는 그것을 '국민'으로 배웠으니까.
하지만 '국민'이라는 단어는 '인민'이라는 단어와는 질적으로 완전히 다르다. '국민'은 한 국가의 성립을 전제로 그의 구성원을 가리키는 단어이다. 하지만 '인민'에는 그런 전제 따윈 필요없다. 그들이 좋으면 나라를 만들 수도 있겠지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때려 엎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인민은 국가 안에서 존재할 수도 있지만, 국가가 없어도 '인민'은 '인민'이다.
여기서 잠깐, 원래 우리나라에서 처음 '인민'의 의미는 어땠을지를 살펴보자. 내 기억에 근대적인 '인민' 개념이 처음으로 등장하였던 것은 우리나라의 개화의 시발점인 1876년의 강화도 조약이었다. 총 12개조로 되어 있는 조약의 내용에서 일본은 우리나라 사람들과 일본인 모두를 지칭함에 있어 '인민'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다. 인터넷으로 확인한 결과 이는 제 10관에 있었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0관, 일본국 인민이 조선국 지정의 각 항구에 머무는 동안에 죄를 범한 것이 조선국 인민에게 관계되는 사건일 때에는 모두 일본 관원이 심판할 것이다. 만약 조선국 인민이 죄를 범한 것이 일본국 인민과 교섭할 때 생긴 경우에는 조선 관원이 조사할 것이다. 단, 각각 그 국법으로 심판하되, 조금도 비호함이 없이 공평하도록 해야 한다.
제국주의 시대 일본이라면 '대일본제국' 과 '황국', '신민' 등의 단어가 익숙했던 시절에 역사 문제집에서 저런 문장을 접했을 때는 꽤나 충격적이었다. 그만큼 '인민'이라는 단어는 '무색무취'의 단어였다고 여겨진다(물론 그 자신이 '의지'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봉건군주나 지배계층에는 위험천만한 단어였겠지만.). 따라서 이후에도 '인민'은 좌와 우를 가리지 않고, 근대적 의미로 사람들을 가리키는데 두루 사용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전쟁 이후로 '인민'이라는 단어는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 아마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과 '인민군' 때문이었으리라. 그런데 그 덕분에 루소가 이야기하던 'la souverainete du peuple' 은 '국민주권'이 되었고, 위에서 말한 링컨의 말 또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이라고 배워야 했다. 알량한 '냉전반공주의' 와 '개발독재패러다임' 이라는 환상의 테그팀은 무식하게도 '인민'을 곧 '우리식 사회주의' 라는 북한체제와 동급으로 위치시킨 것이다. 덕분에 우리 '사람들' 은 '나라'라는 틀 안에 갇혀 버린 것이다. 강북으로 온 강남의 밀감이 탱자가 된다는 말처럼, 그들의 people은 우리에게 '인민' 일 수 없었다.
우리사회의 일부 집단이 무식하게도 '경제적 자유주의'¹를 교묘하게 이용해 '개발독재' 향수를 자극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기는 하지만,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진일보'했다는 것이고, 이제는 20년 전 우리가 이땅에 세운 공화국이 '인민의 의지를 기초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도한 제스처'라고 우려를 표한다고 할지언정, 제발 부탁이니 평소처럼 단어로 까불거리며 '이 나라의 정체성' 운운하진 말아주길 바란다.

¹ : 많은 사람들이 이걸 '신자유주의'라고 부르면서 오징어처럼 질겅질겅 씹어대던데, 신자유주의 라는 단어는 정의하는 사람에 따라 상당히 다의적인 것이다. 또한 '경제적 자유주의' 는 스스로가 '완전한 시장' 이라는 엄밀한 가정을 충족시키는 경우를 전제로 성립하는 정교한 결과물이므로 논리구조나 결론을 '까는 것'보다는 가정 자체를 '까는' 게 바람직하다.
# by | 2007/10/03 22:06 | 三枚 | 트랙백 | 덧글(7)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국민은 일제시대때 쓰이던 황국신민의 줄임말이라는 의견이 있거든요.
그래서 국민학교 명칭이 초등학교로 바뀐것임...
아나레스// 원래 정치가 용어에 좀 집착을 하지요 ㅋ
안경소녀교단// 이 경우 '황국신민' 보다는 18세기 이후의 '국민국가형성'과 '민족주의'에 의한 상징조작을 위한 떡밥으로 보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우리나라에선 확실히 그쪽도 무시는 못하겠죠.
slowtime// '국가' 따위 국적만 바꾸면 되는 건데 말입니다. 충성은 개뿔~
비공개1// 뭘요. 글도 드럽게 못썼는데...
비공개2// 뭐 크게 신경은 쓰고 싶진 않은데 저 이기면 상주는 걸로 착각한 몇 분이 계신 것 같습니다. 졸업은 했구요. 요즘 날이 너무 좋아 탈입니다. 하도 허접한지라 제 글이 고딩 논술 수준이나 될지 의문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