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횽과 환율문제

사실 강만수 재정부 장관의 유임여부에 대해 내 입장은 '잘라야 한다' 이다.

거시경제를 학문적으로 바라봄에 있어서 정책의 효과성을 확보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신뢰성'의 확보이다. 물론 과거에는 엘리트적 관료가 나서서 이런저런 간섭을 하며 사격훈련에서 영점을 맞추듯이 미세조정을 해서 경제를 최적수준으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론이 나온 건 박통 각하가 '잘살아보세'를 외치며 라이방끼고 재건위를 만들었던 시절보다도 전이다. 한마디로 구닥다리라는 이야기.

'합리적 기대'라는 말에 나오는 '합리적' 이라는 말처럼 '신뢰'라는 말은 참 멋지다. 하지만 그런 표면적 이유보다 경제가 요동치는 상황에서는 '그분의 뜻'이 가는대로 이리저리 정책을 요리하는 것이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신뢰성' 확보와 그를 위한 '굳은 의지'는 사실 실물부문보다는 통화부문에 유효적절한 이야기이다.

다소 어렵게 이야기한다면 장기적으로 실물부문과 통화부문은 괴리된다. 실물적 부문은 말 그대로 유형자산같은 물질적 부문이지만, 화폐라는 것은 그저 실물이 돌아가게 하는 베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을 풀면 물가가 변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돈이 돌아가는 속도는 정해져 있으니 외형적으로는 경제가 잘돌아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강장관이 얼마동안 한국은행에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인하를 주문했던 것이 이런 측면이라고 볼 수 있다. 금리를 내려버리면 돈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쓰는 게 좋으니 돈이 시중에 풀려 경제가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된다면 그렇지만 결국엔 실물경제가 좋아지지 않은 것을 깨달은 사람들의 생각 때문에 물가만 오르게 된다. 돈이 돌아가는 속도가 일정하고 경제수준도 고정되어 있다면 늘어난 유동성은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니 말이다(화폐수량방정식이라고도 하는 이 공식은 그러니까 돈이 도는 속도에 시중에 풀린 돈을 곱해보면 시장에 도는 물건들에 물건 가격을 곱한 것과 동일하다는 즉, MV=PQ라는 형태가 된다. 이걸 증가율 형태로 바꿔보면 - 수학적으로 이야기해 로그(log) 형태로 변환한다면- 증가된 화폐량 + 돈도는 속도의 변화 = 물가상승률 + 물건변화량인데, 돈도는 속도는 변함이 없고 물건도 변화가 없으니 결국 물가만 오르는 셈). 특히 이런 짓을 많이 하는 나라들, 예컨대 요새 문제되는 짐바브웨같은 나라들 같은 경우라면 돈만 찍으면 그게 바로바로 물가상승으로만 연결된다. 그런데 이러한 평균 물가상승률의 무지막지함(맨큐친구 로렌스 볼이나 데이비드 로머같은 아저씨들이 정책의 효과성을 가늠하는 지표)은 사실 자의적 정책집행(루카스-조지 루카스말고 밥 루카스- 친구 톰 사전트나 루카스 제자 에드 프레스캇이 강조하는) 탓이다. 한마디로 왔다갔다하는 통화정책으로는 죽어도 성공못한다는 이야기.

엄하게 재정부 이야기하는데 왜 통화정책이야기인가? 그것은 지금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이 높은 유가와 그에 따른 경기침체와 물가상승률 압박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의 물가상승률은 짐바브웨같은 얼빵한 통화정책으로 인한 것은 아니다. 이는 유가가 올라 생산이 위축되고 그와 동시에 국내관련산업의 원가를 올리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문제는 이에 강력하게 일조한 것이 우리의 '만수사마'라는 점.

사실 강만수 장관의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이 있었을 게다.

'우리나라의 경제구조를 소비, 투자, 정부재정 그리고 수출과 수입으로 볼 때 소비심리가 바닥이기에 소비는 쉽게 늘지 않는다. 대통령께서 규제개혁 등을 언급해서 투자증가를 유도하고 계시지만, 투자는 그 비중이 너무 작다. 물론 큰 그림을 그릴 때 투자는 경제성장에 밑거름이 되지만 단기적으로 투자증가는 사람들에게 어필하지 못한다. 정부부문을 늘리는 것은 정권교체의 의의를 갉아먹는 것이다. 결국 단기적으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려면 수출부문을 살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출경쟁력 확보가 필요하고 가장 좋은 경쟁력은 가격경쟁력, 즉 환율이다.'

이는 공공연한 발언을 통해 정권초기부터 원화약세를 불러온다. 하지만 강장관은 우리에게 있어 (나쁜 의미가 아닌) 큰 손인 미국의 소비심리 위축과 금융자본주의의 여파로 인한 지구적 경기침체라는 '불확실성이 큰 변수'를 놓쳐버렸다. 여기에 (경기침체가 불러온) 자산가격의 하락은 대체투자 대상으로 원유를 선택하게 하는 결과를 낳았고, 상승추세의 원유가격의 상승을 더욱 부채질했다. 결국 우리의 주요수입품인 원유소비는 쉽게 줄 수 없는 상황에서 해외의 우리상품에 대한 수요는 줄었고, J곡선을 그리며 증가해 주길 바랬던 경상수지는 저점을 모르게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니 결국 원화약세를 어떻게든 만회하기 위해 그동안의 환율정책의 방향을 선회하기 위해 나설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래서 재정부는 한국은행과의 공조를 통해 외환보유고를 풀어서라도 환율을 방어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여기에 넷상에는 또다른 외환위기 그러니까 again 1997이 오는 것 아닌가라는 염려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우리가 외환보유고를 쌓아둔 이유는 이런 일, 즉 환율방어를 위한 총알로 삼기 위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그저께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가 2580억불이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이 정도면 2007년 초 수준과 거의 유사하고 이는 2005년 박승 당시 한국은행 총재의 외환보유형태 다양화 발언에 부시까지 나섰던 시점보다도 훨씬 많은 것이다.). 더불어 현재와 당시의 경제 하부구조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은행의 부실정도나 기업의 부채비율, 금융의 정책당국과의 연관성(이른바 관치금융)이라는 측면에서 문제가 되었던 부분을 본다고 하면 당시와 지금은 천지 차이이다.

이를 이론적으로 풀어본다면 이렇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외환위기 시절의 극악무도한 '환율널뛰기'에 대한 경험은 다름 아닌 '기대환율'의 추이에 기인했었다. 먼저 우리나라의 이자율 수준은 외국의 이자율수준에 환율 변화를 곱한 것이다. 바꿔말하면 국내이자율 수준은 외국 이자율 수준과 환율수준 변화에 의존하는데 미래의 환율은 예상에 따라 결정되고, 이런 미래 환율에서 현재환율을 빼면 그것이 곧 환율 변화분이다. 따라서 현재환율과 이자율(금리)간에는 역의 상관관계가 나타난다(요며칠새 금리를 확인해보라.). 그런데 사람들이 외국에서 우리나라 환율의 상승을 예상하고 있고, 그러한 기대가 확실한 상태에서 외환당국(여기서는 외환보유를 하고 있는 한국은행)이 외화매각을 통해 국내환율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되버리면 국내 이자율은 하락하게 되면서 환율은 급격히 상승해버린다. 이것이 외환위기 당시의 상황이다.

그런데 앞서 언급했던 국내 경제사정은 환율의 기대를 결정하는 요인 중 하나이다. 하지만 지금의 경제사정은 그 당시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기대환율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환율정책은 성공할 것이다. 즉 그것이 꼭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과연 '정책당국의 의지에 대한 신뢰'가 어느 정도인가이다. 앞서 강만수 장관 취임 초기 원화약세의 시작을 기억해 보자. 당시에는 환율을 상승시키는 작용을 한 것 역시 기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앞서 이야기한 금리와 환율의 음의 상관관계 그리고 현 정부초기 강장관의 금리하락 압박을 상기 시켜보면 알 수 있다.

물론 현재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신호는 확실하다. 하루동안 50억 달러를 털어넣었고 실제 환율은 1000원 초반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의지'가 '기대에 쐐기'를 박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정책 책임자를 갈아버리는 것이다. 실제로 80년대 초반 미국의 물가상승억제 정책을 주도했던 폴 볼커 당시 미 연준위 의장의 명성은 무시무시할 정도이다. 그는 70년대에 미국을 괴롭히던 물가상승률을 박살내는데 있어서 취임 직후부터 공공연하게 자신의 의지를 확인시켰고, 그의 생각은 결국 시장에 관철되었다. 그런 면에 있어 현정부 초기 '성장드라이브'의 상징이었던 강장관은 '기대'에 관한한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다. 그것이 강만수 장관이 현재 위치에서 사퇴해야 하는 진짜 이유일 것이다.

여기저기서 정부의 환율개입을 질타하는 말이 들린다. 나는 그들이 외환시장에 존재하는 '기대'를 '정태적 기대'로 해석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단기간에 경제에 경직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케인즈 학파들조차도 외환시장에서 형성되는 기대가 합리적이라는데에는 이론이 없는 듯하다(실제로 이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루드 돈부쉬는 케인즈학파로 분류되지만, 그가 형성한 외환시장에 대한 모형에서 환율에 대한 기대는 합리적 기대였다). 기대가 합리적인 이유는 그것이 정보를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반영하기 때문이다. 즉, '합리적 기대'하에서의 정책이라면 합리성에 걸맞는 일관성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강만수 장관의 유임을 비판하는 게 타당할 것이다. '그냥' 정부가 싫은 사람이라면 오히려 환율하락이 실제로 달성된다고 하더라도 지금 상황이 스테그플레이션에 가까우니 환율의 조정으로 물가가 안정된다면 나타날 경기침체를 비판하는 쪽이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by 현재시제 | 2008/07/10 03:17 | 濟界 | 트랙백(2)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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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makes much m.. at 2008/07/24 02:10

제목 : 최진기 동영상이란 걸 보니 웃음이 나오네 그랴
먼저 이거부터 링크하고 시작하자. 만수횽과 환율문제 일단 첫째 강만수 장관은 지식경제부 장관이 아니라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지식경제부는 따라서 재정정책과 관련된 업무와 관련이 없다. 별거 아닐 수 있지만 덕분에 나는 이 강의를 듣는 내내 강사에 대한 신뢰성이 곤두박질 쳤다. 둘째 외환시장은 주식시장과 함께 효율적 시장가설이 가장 잘 성립하는 시장이다. 따라서 지적한대로 차익거래꾼들이 장난질을 해대는 통에 헛짓하면 돈까먹기 딱......more

Tracked from makes much m.. at 2008/10/30 02:15

제목 : 강만수 모가지를 잘라야 하는가? 아니.
일단 전에 쓴 글 트랙백 : 만수횽과 환율문제 7월 환율과 관련해 외환시장에 정부가 본격적으로 개입을 시작했던 시기에 나는 현재의 정책 방향은 바람직하다는 (바로 위의) 글을 쓴적이 있다. 물론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모가지를 자른다는 전제 하에. 자, 그럼 이번에는 말을 바꿔보자. 현재 정부의 경제정책(환율과 주가가 동오를 공략하러 적벽으로 나갔던 조조의 배들마냥 묶여 있으니 외환 부문만 얘기하는 건 부적절하겠지?)은 모든 부문에......more

Commented by 좌파논객 at 2008/07/10 09:34
합리적 기대가설도 물리적 기간으로만 본다면
70년에 나온 '구닥다리' 이론이 아닐런지요...
따지고 보면 경제학 교과서 자체가
구닥다리겠네요...
어떤 이론이 오래되었다는 것이 옳지 않다는 걸
보장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Commented by 현재시제 at 2008/07/10 13:21
이론이 '구닥다리'인지를 판단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실제의 상황에 얼마나 부합하느냐일텐데 적어도 외환시장이나 주식시장에서는 합리적 기대가 유효성을 갖는 다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의미에서 케인즈적 이론을 공박하는데 사용한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합리적 기대가 소개된 것은 60년대의 일이지요.
Commented at 2008/10/29 03:5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현재시제 at 2008/10/30 01:31
링크감사합니다. 경제학 공부하시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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