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메틀 보컬리스트들

헤비메틀은 쟝르적 특성상 여성에게 보컬을 요구하기가 버거운 장르일 수 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음악자체가 '빡센' 탓이다.

힘보다는 '느낌'으로 승부할 수 있는 개연성을 가진 펑크/모던락에서 여성보컬리스트가 심심찮게 나오는 것과는 달리 헤비메틀 쪽은 거의 여성보컬리스트가 전무하다시피 했었다. 그러던 것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여성보컬리스트들이 심심찮게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재미있는 점은 이러한 흐름이 메틀이라는 장르가 대중음악계에서 사양길로 접어들고 '하위장르'를 통한 생존모색을 했던 시기와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특히 이른바 '고딕메틀'이라고 부르는 음침함과 선정성, 세련됨을 강조했던 쪽에서 두드러졌는데, 대표적으로는 (조금 논란이 있겠지만) Nightwish나 Theatre of Tragedy를 들 수 있다. 전자의 보컬리스트는 성악적 발성을 활용해 심포닉한 느낌을 강조했던 크로스오버적인 메틀음악이었다면, 후자는 여성보컬과 남성보컬의 하모니를 통해 데스메틀이라는 무시무시한 태생을 지닌 고딕메틀을 좀 더 세련되면서도 성적인 뉘앙스를 가지게 만들었다.

재미있는 점은 이 두 밴드의 인기를 이끌었던 보컬들이 지금은 모두 자리에 없다는 것인데, 이후의 행보가 정반대에 가깝따는 것이다. nightwish의 보컬이었던 Tarja Turunen과 Theatre of Tragedy의 Liv Kristine은 모두 결혼 이후 멤버들과의 의견차이로 해고되었다. 하지만 전자는 '수전노'기질에 여타 멤버들에게 사무적으로 대했던 탓에 밴드의 팬들에게 마저 지탄받는(이런 면에서 최근 무려 밴드의 리더임에도 해고당한 Timo Tolki와 그의 밴드 Stratovarius와 유사하다) 신세인 반면, 후자는 멤버들과 오해를 푸는 것은 물론 물론 새로 가입한 보컬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nightwish - walking in the air : 이들의 곡은 커버이지만 이쪽도 상당히 괜찮다. 라이브에서 안정된 보컬을 보여주는데, 사실 활동 당시엔 기복이 있는 보컬로 알려졌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플라워의 고유진 씨가 종종 커버하기도 했는데, 그것이 원곡의 커버가 아니었다는 것은 그가 카스트라토 창법을 흉내냈었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외에도 우리나라에선 원곡이 베스'KIN'라빈스의 광고음악으로 사용되었던 적이 있다.


theatre of tragedy - lorelei : 이들의 음악스타일이 확립되었다고 할 수 있는 1998년 앨범 Aegis 의 수록곡. 이후 2000년에 낸 앨범musique 부터는 무려 일렉트로닉 메틀(?)로 스타일을 180도 바꿔 팬들을 공황에 빠트렸다.

재미있는 사실은 밴드에서 해고된 Liv가 무려 Cradle of Filth의 앨범에서 피쳐링을 한 적이 있다는 것. 물론 이전의 '지랄맞은' 블랙메틀의 속성이 메이져 레이블인 소니에서 많이 깎여나간 뒤인지라 어느 정도 궁합을 가늠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 Liv는 이전 앨범까지 무려 일렉트로니카에 가까운 음악을 했었다는 것.

하지만 결과물은 꽤 굉장했다. 일단 꽤나 상성이 좋았던데다 뮤직비디오도 초기(그러니까 이전에 '야동메탈'포스팅에 등장했듯)의 스플래터 무비에 가까운 악취미를 한 수 접은 깔끔한 결과물이 나왔던 것. 덕분에 미국 출신도 아닌 비주류 메탈밴드이면서도(COF는 영국 출신) 2005년 그래미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었다.


cradle of filth - nymphetamine fix : 앨범에는 두가지 버전이 있는데, 그중 edit 버전이다. extended는 조금 더 과격하다.

위의 경우는 모두 유럽의 케이스다. 미국의 경우 메틀 밴드라고 하긴 살짝 망설여지는 evanescence가 잠시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워낙에 유명했던데다 사실 Theatre of Tragedy를 Ctrl+C 해 당대 유행하던 미국 락밴드(papa roach나 linkin park)에 Ctrl+V 했다고 말해도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이기에 별로 코멘트를 할 거리가 적기도 하다.

다음으로는 일본의 경우인데, 여기에서 언급할 밴드는 陰陽座(onmyouza)이다. 이름부터 심상치 않은데, 언론에 자신들을 소개할 때 '요괴메틀'밴드라고 말하곤 한다. 멤버들 모두 공식석상에서는 헤이안 시대의 전통의상을 입는 터라 보고 있노라면 왠지 애니메이션 '이누야사'가 떠오르곤 한다. 음악적으로는 사실 보컬만 뺀다면 'Iron Maiden'에 가까운 정통 메틀이지만, 리프나 멜로디가 엔카스러운 경우가 많고, 결정적으로 여성보컬인 黒猫(Kuroneko)의 목소리가 '이미자+소찬휘'에 가까운데다 베이스/보컬인 瞬火(Matatabi) 역시 뽕끼에 일가견이 있어 듣고 있노라면 뽕에 취할(?) 소지가 다분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메틀밴드임에도 애니메이션에 친숙한 이미지. 실제로 Basilisk라는 애니메이션의 오프닝에 참여하기도 했다(甲賀忍法帖).


陰陽座 - 組曲「義經」~惡忌判官 : 3부작으로 구성된 곡 중 첫머리. 헤비메틀에 이런 뽕스런 하모니라니. 기분이 묘해진다.


추가 : 헤비메틀임에도 '노래'를 부르는 보컬들에 대해 썼지만, '갈아대는(!)' 보컬도 있다. 왠지 DMC의 사장님이 좋아할 거 같아.


arch enemy - we will rise : mike&chris amott 형제의 하모니가 특히 두드러지지만, 전반적으로 빈틈없이 압도하는 라이브. 확실히 2000년대 이후의 extreme metal계에서도 좀 두드러지는 존재. 음악으로 듣는다면 착각할만한 angela gosow의 보컬 카리스마도 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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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재시제 | 2009/10/23 15:53 | 響氣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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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샤린로즈 at 2009/10/23 20:07
안젤라 고소우... 역시 저정도의 여성보컬은.. 오텝 사마야는 한때 그냥 남자였던 보컬인데.. 지금은 약간(?) 갔고, 마샤랑 마리아 브링크는 지금 뭐하는지도 모르겠고 ...
Commented by 현재시제 at 2009/10/24 19:58
하지만 여성인지라 종종 이펙트도 사용한다더군요. 아모트 형제가 (영상처럼) 워낙에 빡씬 내용물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니 더 빛나는 게 아닐까 합니다. ^^
Commented by glasmoon at 2009/10/24 01:43
언급된 외에 당장 떠오르는건 Within Temptation의 샤론과 The Gathering의 안네케 정도로군요. 약간 여지가 있는 Nightwish를 포함해서, 고딕 메탈은 데스 풍에 여성 보컬의 도입이라는 자체가 커다란 특징이자 또 제약이 되어 더 이상의 길을 모색하기 힘들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한때 아류 밴드들이 꽤 난무했지만 다들 엇비슷한 분위기에 이젠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겠고. (장르가 다르기도 하지만, Arch Enemy의 앙겔라는 다분히 반칙!) 그래서 Theatre of Tragedy는 Aegis로 장르의 끝장을 찍은 후 일렉트로니카로 선회할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르죠. 근데 당시엔 뜨악했지만, Musique는 좀 어정쩡해도 Assembly는 지금도 종종 들어요. 대놓고 막나간거라 분위기 전환엔 최고!? 하핫~ 그러고보면 고딕의 전성기 이전부터 이미 점차적으로 자신의 색깔을 모색해나간 The Gathering은 예외적인 케이스일텐데...
두서없이 길어지네요. 나중에 따로 포스팅해서 트랙백을 걸던가 해야겠습니다. ^^;
Commented by 현재시제 at 2009/10/24 20:01
대표성있게 뽑아내려다 보니 좀 가지를 쳐낸 감이 있죠. 고딕은 아니지만 유사계열인 Type O' Negative 같은 경우엔 여성보컬은 없어도 확실히 저음임에도 왠지 모를 여성성까지 느껴지는 걸 보면 고딕 계열 음악에 여성성이란 게 좀 제약조건 같은 게 아닐까 합니다. musique와 assembly는 뭐랄까 집에서 혼자 막춤추기 딱 좋은 음악이랄까...

앙겔라는 반칙인정!!
Commented by 달빛고양 at 2009/10/24 19:05
괜찮은데요?ㅋㅋ오...뒤로 갈수록 죽이네요;;;일본쪽도 나름 재밌고 ㅋㅋ저기 3번째 아가쒸....에반에센스를 듣고나니 딱 느낌이 비슷하다는걸 알거 같네요 그때 에반에센스도 참 좋게 들었었는데 ctrl내공이라니;;; 젤밑에 언니는 조금 무섭다 ㅠㅠ근데 메탈을 좋아했으면 다 반했을법한 노래들이네요 ㅋㅋ
Commented by 현재시제 at 2009/10/24 20:04
에반에센스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이 굉장히 특이하다고 했었는데 여러모로 스타일은 유럽에서 가져온 면이 있긴 해요. 당연히 메틀음악이라 보긴 뭐하지만요. cradle of filth같은 경우엔 참 음악이 막장스러우리만큼 빡센데, 고딕스럽게 덧칠을 하니 묘한 느낌이죠. 아치 에너미는 DMC 사장님의 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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